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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조선민화전 관람 후기 - 훔쳐가고 싶을 만큼 매혹적인 우리의 전통미 🐯📚

by 타오라 2025. 6. 17.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 조선민화전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서 진행 중인 《조선 민화전》을 다녀왔습니다. 입장료 15,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오히려 두 번 가도 괜찮을 만큼 수준 높은 전시였는데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민화 100여 점이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을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입구

전시 기본 정보 및 관람 팁

전시 개요

《조선민화전》은 2025년 3월 27일부터 6월 29일까지 진행되며, 조선시대부터 근대기까지 민간에서 그려지고 유행하던 민화 등 작품 100여 점을 전시합니다. '표현', '색채', '상징' 등의 테마로 구성해 민화의 자유로운 화법과 강렬한 색채를 경험할 수 있으며, 16개 기관에서 작품을 대여받아 풍성한 구성을 자랑합니다.

교통 및 예약 정보

미술관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에 위치하며, 4호선 신용산역과 바로 연결되어 교통이 매우 편리합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온라인에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입장료는 15,000원으로, 이 정도 규모와 밀도의 전시라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시 하이라이트 - 9억원 책가도 10폭 병풍의 압도적 존재감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관람객을 압도하는 작품은 바로 책가도(冊架圖) 10폭 병풍입니다. 미술관 소장품인 이택균의 '책가도 10폭'으로, 2024년 11월 해외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9억 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책가도 안의 수선화와 화병

이 책가도는 정갈하게 나뉜 칸마다 책, 꽃병, 문방구, 청동기, 식물조선 후기 선비의 품격과 교양을 담은 오브제들이 가득 들어있어, 마치 박물관 속 보물 찾기를 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각 칸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숨겨진 디테일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꽃을 보고 '양파에도 이렇게 예쁜 꽃이 피다니!!" 감탄했는데... 알고보니 수선화..)

조선 민화의 독특한 매력 - 친근함 속에 담긴 깊은 미학

거리감 없는 따뜻한 정서

술취한 아버지 혹은 아버지를 일으켜 세우며 "할아버지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얼른 일어나세요!" 하는 것 같은..그림

보통 유명한 명화들은 감탄은 나와도 어딘가 '거리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위대해서 오히려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전시에 전시된 조선 민화들은 달랐습니다.

남의 자식이 아무리 잘생기고 똑똑해도, 두꺼비 같은 내 자식이 더 귀엽고 정이 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익살스럽고 정겨운 색채, 꾸밈없이 자유로운 구도,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의도가 담긴 작품들에서 마치 어릴 적 설날에 만났던, 그림 좋아하는 막내삼촌이 웃으면서 그려준 동그란 호랑이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양한 장르의 민화 작품들

다종다양한 민화의 소재, 표현, 색채 등 독창적 특징을 체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책가도 외에도 꽃과 새가 함께 있는 병풍, 물고기 병풍, 십장생도 등 다양한 민화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하나쯤 몰래 집에 들여놓고 싶을 정도로 예쁜 작품들이 많았는데, 현실의 집 크기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말리기도 했습니다. ㅎㅎ

문자도의 매력 - 서양 캘리그래피를 뛰어넘는 조선의 시각예술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는 '문자도(文字圖)' 병풍이었습니다.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처럼 '수壽'자와 '복福'자를 다양한 서체로 반복해 배열하고, 그 사이에 원앙, 거북, 두꺼비 같은 복을 상징하는 동물들을 함께 그려 넣은 구성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서양의 캘리그래피보다 더 멋지고 조화로운 느낌이었는데, 단순히 글자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기원과 상징, 해학과 미감을 모두 담아낸 조선식 시각예술이라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문자 자체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다시 의미를 담는 독창적인 표현 방식이 돋보였습니다.

관람 환경과 편의시설 - 여유로운 감상을 위한 배려

편안한 휴식 공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내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점은, 전시 중간중간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소파가 넉넉히 배치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눈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전시를 감상하다가 중간에 잠깐 쉬면서 작품에 대해 곱씹을 수 있어서, 관람 경험이 훨씬 여유롭고 풍요로웠습니다.

체계적인 전시 구성

'표현', '색채', '상징' 등의 테마로 구성된 전시는 관람객이 민화의 다양한 면모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각 섹션마다 명확한 테마가 있어 민화의 특징을 단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전체적인 흐름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특별함

기업 미술관의 새로운 모델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고(故)서성환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들을 전시하였던 박물관을 2009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Amorepacific Museum of Art)로 명칭을 변경하여 전시 운영 중인 미술관으로,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합니다.

접근성과 전문성의 조화

용산이라는 접근성 좋은 입지에 위치하면서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새롭게 수집한 작품들과 실물로 접하기 어려운 주요 작품들이 대거 포함된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면서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민화가 주는 현대적 의미

화조도 10폭 병풍 중 2폭만 촬영

바쁜 일상 속 여백과 치유

요즘처럼 정신없이 바쁜 날들 속에서 조선 민화 한 점이 주는 여백과 따뜻함이 오래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빠른 현대 사회에서 민화의 소박하고 정겨운 미감은 일종의 치유 효과를 제공합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재인식

자유롭고 즉흥적인 화법으로 표현된 조선시대 민화의 독특한 미감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전통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민화는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과 나 사이의 정을 느끼는 시간 여행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서, '가능하면 전시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예쁜 것을 본 감상이 아니라, 조선의 감성에 맞닿은 시간 여행 같았던 전시였기 때문입니다.

민화 속에 담긴 조선 사람들의 꿈과 희망, 일상의 지혜와 해학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특별한 교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몇 백 년 전 우리 조상들이 그린 그림 앞에서 웃음 짓고, 감탄하고, 위로받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마무리 - 서둘러 예약하세요!

《조선민화전》은 2025년 6월 29일까지 진행됩니다. 아직 관람하지 않으셨다면 서둘러 예약하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술 관람을 넘어서 우리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조선 민화가 선사하는 여유와 따뜻함은 분명 특별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조선과 나 사이의 정을 느껴보는 시간, 어떠신가요? 9억원짜리 책가도부터 소박한 문자도까지, 다양한 민화의 매력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