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생각

🧆 두쫀쿠 열풍, 왜 우리는 그토록 줄을 섰을까

by 타오라 2026. 3. 12.

 

두바이쫀득쿠키

연말연초, 온 나라가 쿠키 하나에 들썩였습니다.

영하의 날씨에도 카페 앞에 긴 줄이 늘어섰고, SNS에는 인증샷이 넘쳐났습니다. '두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매장 재고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두쫀쿠 지도'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 이야기입니다. 

저도 궁금해서 몇번 사먹어 봤습니다.

지금은 거짓말처럼 열기가 식었습니다만, 불과 몇 달 전의 그 광경은 꽤 인상적이었죠. 도대체 왜 우리는 그 쿠키에 그토록 열광했을까요?


이게 뭔데 다들 난리였냐면

두쫀쿠는 중동식 면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마시멜로 반죽에 섞어 동그랗게 빚고 초콜릿 가루를 입힌 디저트입니다. 이름은 쿠키지만 식감은 떡에 가깝습니다. 바삭함과 쫀득함, 한국 소비자들이 오래도록 선호해온 '겉바속촉' 공식에 정확히 들어맞는 구성이었습니다.

칼을 대는 순간 드러나는 단면, 바삭하게 부서지는 소리, 쫀득하게 늘어나는 질감은 영상 콘텐츠로 소비되기에 최적의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SNS에서 공유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비주얼과 식감이었던 거죠.


불에 기름을 부은 건 아이돌과 인플루언서

아이브 장원영과 배우 김세정이 개인 SNS에 두쫀쿠 사진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고, 가수 우즈(WOODZ)의 시식 영상이 뉴스 방송 자료 화면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연예인의 인증 한 번이 얼마나 강력한 마케팅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유명 매장에서 오픈런과 조기 품절이 반복되면서 '줄 서서 사야 하는 희귀템' 이미지가 굳었고, SNS에서 여러 매장을 전전하며 마지막 남은 제품을 간신히 구했다는 후기들이 쏟아지면서 '득템 스토리' 자체가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1월 한 달 동안 인스타그램·유튜브·틱톡 등 5개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해시태그 상위 1%에 '두쫀쿠'와 '두바이쫀득쿠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실 맛보다 '경험'을 산 거였다

흥미로운 분석이 있습니다. 한국 음식 평론가 이용재씨는 "사람들은 맛이나 모양보다 줄 서는 경험 자체를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두쫀쿠를 단순한 디저트 유행이 아닌 유행에 탑승해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모여서 나타난 사회현상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SNS 알고리즘 속에서 각자의 세계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두쫀쿠'라는 공통 화제로 묶이는 경험이기도 했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에 강력한 심리적 자극을 받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디저트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큰 만족과 보상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기는 어렵고 소비는 위축된 시대에, 개당 6000~1만원짜리 쿠키 한 조각이 주는 작은 일탈이자 보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빨리 식었냐면

열풍의 구조 자체에 이미 소멸의 씨앗이 있었습니다.

2026년 2월 중순을 전후로 열풍이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습니다. 오픈런 사례가 줄어들고 1월까지 빠르게 품절되던 재고도 남아돌기 시작했는데, 위생 논란과 함께 공급 증가로 인한 희소성 감소, 과도하게 상승한 가격, 재구매를 유도할 만큼의 차별성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유행은 오히려 빠르게 꺾였습니다. 희귀하고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치 있었던 것이, 편의점 진열대에 놓이는 순간 마법이 풀려버린 셈입니다.

두쫀쿠 검색량은 1월 중순 정점을 찍은 뒤 17일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불과 한 달짜리 열풍이었습니다.


뚱카롱, 탕후루, 두쫀쿠... 그리고 다음은?

이 패턴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2018~2019년 뚱카롱, 2022년 포켓몬빵, 2023~2024년 탕후루에 이어 두쫀쿠까지, 한국에서 반복되는 디저트 유행 사이클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봅니다.

푸드 칼럼니스트 김새봄씨는 한국은 디저트 시장이 생각보다 넓지 않아 기존에 없던 조합이 등장하면 관심이 한꺼번에 쏠리며, 여기에 타인의 선택을 따라가는 '디토(Ditto) 소비문화'가 소셜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유행의 속도를 가속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두쫀쿠 다음 주자로 중국 상하이 간식 '버터떡'이 SNS를 타고 번지며 오픈런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다음 달엔 또 어떤 이름이 우리 피드를 가득 채울지 모르겠지만, 그 줄에 서고 싶어지는 마음만은 아마 꽤 오래 반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