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남역, 신촌, 종로 등 서울 주요 유흥지역을 걷다 보면 길바닥에 수북이 쌓인 전단지, 전봇대마다 덕지덕지 붙은 불법 광고물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는 퇴근길이나 귀가 중인 시민들을 향해 전단지를 직접 돌리기도 했고, 그 안에는 성매매, 불법 대부업, 대포폰 광고가 노골적으로 적혀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전단지, 사라졌다는 거 느끼셨나요?
강남역 인근을 가도 바닥에 전단지가 거의 없고, 신촌 유흥가 거리도 한결 깔끔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단속만으로는 불가능했을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서울시가 개발한 ‘대포킬러’라는 놀라운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대포킬러란 무엇인가요?
‘대포킬러’는 2017년 10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자체 개발한 불법 전단지 차단 시스템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게임 캐릭터 같지만, 실제로는 불법 전단지에 적힌 대포폰 번호를 자동으로 무력화하는 장치입니다.
작동 방식은 간단하지만 매우 효과적입니다.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에 2~3초마다 자동으로 전화를 겁니다.
그 결과, 업자와 일반 고객이 실제로 통화할 수 없게 되면서 영업이 사실상 마비되죠.
만약 업자가 전화를 차단해도, 대포킬러는 다른 회선을 사용해 계속 전화를 시도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업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번호를 쓸 수 없게 되니 자연스럽게 ‘시장 철수’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시작됐을까?
이 시스템은 단순한 민원 대응이 아니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내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술을 활용한 실질적 차단 방식을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죠.
서울시는 시민 자율봉사단과 자치구와의 협력을 통해, 거리에서 수거한 전단지의 전화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하고, 자동으로 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초기에는 일반전화 420여 회선으로 운영되었지만, 현재는 최대 2,500여 개 회선까지 확장되어, 훨씬 넓은 범위의 번호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시스템을 넘어선 ‘사회적 변화’
전화번호 정지 건수로 보는 실질적 효과
2019년 | 6,173건 |
2024년 | 1,374건 |
2025년(1~2월) | 173건 |
위 수치를 보면, 불법 전단지에 적힌 대포폰 번호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업자들이 더 이상 전단지를 붙여도 소용이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된 것이죠.
거리 환경의 체감 변화
특히 강남, 종로, 신촌 등 대표적인 유흥 지역에서는
“예전처럼 전단지가 쌓여 있거나, 직접 나눠주는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는 시민들의 체감 보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도 벤치마킹했을까?
서울시의 대포킬러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다른 자치구와 전국 지자체에 확산되었습니다.
- 2019년 이후, 서울시 산하 10개 자치구가 대포킬러 운영 예산을 편성해 도입하였고,
- 현재는 전국 66개 지자체와 254개 경찰서에서도 유사 시스템 또는 기술을 참고해 활용 중입니다.
또한 서울시는 앱 기반 기능도 개발하여, 시민이 전단지 사진을 찍어 올리면 번호가 자동으로 추출되고, 곧바로 대포킬러 시스템에 등록되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경찰과의 협력까지… 단순 시스템을 넘어선 정책 모델
최근에는 서울시가 서울경찰청과 MOU를 체결하면서
단순 번호 차단을 넘어, 전단지 제작·배포자까지 추적하는 수사 체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번호 정지 요청 후 처리까지 최대 30일이 소요되었지만,
현재는 평균 1~2일 내로 즉시 차단되는 속도도 확보했습니다.
마무리: 기술과 행정이 함께 만든 변화
전단지가 줄어든 건 단속 때문만이 아닙니다.
행정의 아이디어, 기술의 활용, 시민 협력이 모두 모여
도심 거리의 일상 풍경을 바꿔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포킬러’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의 변화가 우리의 일상 공간에 실질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
서울시의 대포킬러는 그걸 아주 잘 보여주는 혁신적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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