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을 만난 사람
얼마 전부터 오래전-내 기억으로는 최소 20년은 된 듯..- 읽고 책장 구석에 잠들어 있던 책 한 권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꺼내서 들춰보니 헉! 1986년 출간, 정가 5,000원. 세월을 품고 있던 종이 냄새와 함께, 그때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다시 나를 불러세웠다. 이 책은 『견신자 스웨덴보르그전』이다. 말 그대로 신을 만난 사람!, 그것도 한두번이 아닌 여러번!!
지금 이 인물을 다시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왠지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2. 스웨덴보르그는 누구인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그는 스웨덴 출신이다. 1688년에 출생하여 1772년까지 살았던 인물로, 물리학자이자 광산 기술자, 천문학자이자 해부학자,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다. 그는 스스로를 ‘신으로부터 소명을 받은 자’라고 여겼으며,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며 오직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교류에 몰두했던 사람이다. 처음부터 독신주의자는 아니었다. 지인이 자신의 장녀를 아내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그래서 그 동생을 주기로 했는데 그녀가 거절했다고 한다. 이일이 커다란 상처였거나 계시 같은 걸로 받아들였을까? 그는 이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그의 삶은 학문적 탐구에서 영혼의 탐색으로, 물질 세계에서 천상의 영역으로 옮겨갔고, 마침내 그는 신비주의와 영적 계시의 인물로 기록되었다. 발명가로서도 여러업적을 남겼고 과학 연구, 저작 활동도 어마어마하다. 초기 활동만해도 관련 논문이 150가지나 된다.
그는 ‘과학의 시대’에 태어났으나, 과학의 경계를 넘어선 사람이다. 56세가 되던 해부터 그는 ‘영계(靈界)’에 눈을 떴다고 말하며, 천사들과의 대화, 천국과 지옥의 실제 체험을 담은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의 책은 당시 사람들로부터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극심한 비판과 의심을 받기도 했다. 그가 남긴 저서는 대체로 자비출판 형태로 유통되었고, 내용이 너무 급진적이거나 종교 지도자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는 금서로 취급되기도 했다.
현대적인 감수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는 글도 많다.
앞에 소개한대로 스웨덴보르그는 결혼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다. 대신 그는 '신의 계시를 기록하는 자'로서의 인생을 택했다. 말년까지 치통만 빼고는 건강을 유지한 채 지적인 활동을 계속했으며, 80대가 되도록 병 하나 없이 살았다. 그러나 치통으로 고통받았고, 당시 사람들은 그 고통조차 ‘악마의 장난’이라 여겼다고 한다. 이후 자연스럽게 회복되었지만, 그것이 남긴 상징은 크다. 그는 단순한 이론가가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로 ‘영혼의 실재’를 증명하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일종의 초능력이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숨겼던것 같다. 그의 초능력에 대해 알려진 계기는 멀리서 일어난 화재를 알고 걱정하며 사람들에게 말한 내용이 나중에 세세한 부분까지 맞아서 소문이 나기 시작한 일이다. 영계를 들락거리며 고인을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지인이 중요한 영수증을 찾아야하는데 그 영수증이 어디에 있는지는 사망한 배우자만 알고 있어서 그가 영계에 가서 고인을 만나 물어봐서 지인에게 알려준 일화도 있다. 이 일은 직접 목격한 증인만 10명 있었다고 하니 정말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3. 스웨덴보르그 말년
그는 런던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했다. 말년에 그는 런던의 한 상인 집에 하숙하고 있었는데, 그 집 아이들은 부모보다도 스웨덴보르그를 더 따랐다고 한다. 산책을 나설 때면 과자 같은 것을 꼭 사다 주는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남긴 것은 단지 따뜻한 미소가 아니라, '다른 세계의 실재'에 대한 강렬한 확신이었다. 천국과 지옥은 현실 너머의 상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깊은 인식에 따라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그는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자기가 사망 할 거라는 것도 미리 알았다. 사망하기 한 달 전 자신이 사망할 거라는 걸 미리 지인에게 알리고 한 달 후 주님에게로 돌아갔다. 1772, 3, 29일
4. 그가 남긴 것
그가 경험한 세계는 어쩌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오직 자신의 신앙과 철학으로 해석했다. 그러한 내면의 체험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 그 체험을 구체화한 사람은 지금까지도 드물다. 오늘날 우리가 그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는, 그가 단지 ‘이상한 예언자’가 아니라, 철저히 이성과 합리성의 시대를 살아내면서도 그것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내면을 끝까지 추적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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