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후기

유발 하라리 '넥서스'

by 타오라 2025. 5. 20.

1. 책, 넥서스란?

유발 하라리 『넥서스』를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알맹이가 잘 안 잡힌다"는 모호함이었다. 철학적 개념과 정보의 흐름, AI와 민주주의의 위기 등 다양한 주제를 건드리지만, 정작 핵심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답답함이 남았다. 그래서 이 책을 정리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단순 요약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구조와 감정, 그리고 번역의 문제까지 탐색해보고 싶었다.

2. 핵심 문단 요약

『넥서스』의 핵심을 한 문단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ai와 현대인을 흑백으로만 그린 이미지
ai와 현대인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이야기’를 공유하며 협력과 문명을 만들어왔지만, 이제 정보의 흐름과 판단의 중심이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기술에 통제받는 존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민주주의, 자유, 공동체, 자아라는 개념조차도 정보 네트워크 안에서 점차 해체되고 있으며, 이 흐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미래 사회의 중심이 아니라 부속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라리가 말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소설이나 전설이 아니다. 그것은 종교, 국가, 돈, 인권, 기업과 같은 모든 '상호주관적 실재'를 아우른다. 즉, 인간이 집단적으로 믿기 시작할 때 그것은 사회적 현실이 되고, 법과 제도로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겉으로는 사회학적이나 인문학적 서술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존재론적 질문이 들어 있다: 우리가 믿는 것이 현실을 만든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3. 융과 개념 연결

이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칼 융의 개념과 연결시켜보게 되었다. 융은 인류 전체에 공통된 집단무의식이 존재한다고 보았고, 이는 원형(archetype)이라는 상징 구조로 드러난다고 했다. 우리가 신화나 종교에서 반복적으로 발견하는 인물들—영웅, 어머니, 그림자—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인류의 무의식에 새겨진 상징의 언어라는 것이다. 하라리의 "이야기"도 결국 이와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하라리는 의식적 믿음을 통한 사회 질서의 구조에 집중하고, 융은 무의식의 작동과 상징의 감정적 반응을 더 깊이 파고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결국 둘 다 "인간은 이야기로 현실을 창조하는 존재"라는 공통된 철학 위에 서 있다.

 

4. 번역의 아쉬움

이 책의 번역은 어떨까? 『넥서스』의 한국어판 번역자는 김명주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등 하라리의 전작을 꾸준히 번역해온 인물인데,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출신의 여성 번역가로 확인된다. 번역 스타일은 명료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정보 정리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넥서스』는 『사피엔스』처럼 역사적 팩트를 정리하는 책이 아니라, 개념과 철학을 넘나드는 산문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김명주의 번역은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납작해지는 면이 있다. 하라리 특유의 반어, 유머, 개념의 점프, 문장 속 리듬 같은 것들이 정리 과정에서 증발한 듯한 인상이 남는다. 실제로 독자 리뷰에서도 "문장이 죽어 있다", "뉘앙스가 사라졌다"는 반응들이 종종 보인다.


5. 마녀사냥과 현대적 구조

나는 이 책에서 마녀사냥에 대한 장면을 인상 깊게 읽었다. 유럽 전역에서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 동안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여성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지속된 '사회 시스템'이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 (모습은 달라도 마녀사냥은 지금도 존재하지 않나?) 하라리는 이 사례를 통해 "이야기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집단이 공유한 허구—악마, 마녀, 사탄의 손길—은 증거나 과학 없이도 사람들을 광기로 몰아넣는다. 하라리는 이것을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AI와 알고리즘이 확증편향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현대적 구조와 연결시키며 경고한다.

6. 마무리

이 책을 읽으며, 하라리가 단순한 역사가나 철학자가 아니라, 일종의 '현대적 예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식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간 사회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조망하고, 경고를 보내고자 한다. 다만 문제는, 그 경고가 때때로 너무 많은 이야기 속에 묻혀버린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분명히 무언가 중요한 메시지를 읽고 있는 것 같지만, 책장을 덮으면 알맹이가 흐려져버리는 그 감각. 그것이 『넥서스』라는 책의 가장 큰 미덕이자, 한계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의 이해력이 거기까지 밖에 안되는 걸지도...ㅠ)

 

넥서스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